캐논갤러리

전시소개
Unlife
작가 소개 ㅣ 이옥토
사람과 관계, 존재의 흔적에 대해 지속적으로 질문하는 사진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선명한 정답보다 흐릿한 기척에 집중하며, 감정의 여운이 남는 장면들을 기록해왔다.
사진과 글, 영상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작업 세계를 10여 년간 이어온 그는,
2025년 7월 첫 사진집 『이해 없이 사랑했던 순간들과 크고 작은 오만』을 출간했다.
이번 전시는 그의 시선과 서사를 하나의 공간에 밀도 있게 펼쳐 보이는 자리다.
전시 소개 ㅣ Unlife
이번 전시는 작가가 일상과 여행 중 마주한 장면들을 통해 ‘실감’이라는 감각에 다가가는 여정을 보여준다.
익숙한 풍경 속 낯선 순간, 흔들림과 잔상, 고요한 움직임 등은 선명함이 우선시되는 오늘날의 사진 문법과는 다른 결을 드러낸다.
작가는 ‘실감’이라는 단어가 붙잡는 정서와 기척을 포착하기 위해
EOS R6 Mark II와 RF/EF 렌즈를 활용해 빛과 감각의 흐름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그에게 사진은 단순한 기록의 도구가 아니라, 감정을 밀도 있게 쌓고 여운을 남기는 언어다.
이번 작업은 사진이라는 매체가 감각의 어디까지를 담아낼 수 있는지, 그 가능성에 대해 조용히 질문을 건넨다.
전시 서문
몸에는 <실감>이라는 하나의 투명한 피부가 베일처럼 덧대어져 있습니다.
실감은 몸과 함께 움직이지만, 때때로 박리되어 몸을 따라오지 못하거나 몸에 앞서곤 합니다.
그래서 이따금 사람들은 실감과 현재의 불일치를 인식하며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중얼거립니다.
현실이 크고 또렷할수록 그것은 몸을 강하게 붙잡아 <지금>에 묶어두며,
실감은 몸에서 부풀어 허공에 뜨거나 멀리 날아갑니다, 마치 유령처럼.
유령은 주로 베일을 쓰고 있는 형상으로 그려집니다.
그리고 우리는 어렴풋이 압니다. 그 안이 비어 있다는 것을.
덮어쓴 것을 통해서만 유령과 풍경이 구분선을 갖게 되는 것은,
어떤 경우 베일이 내용물보다 실존에 밀접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삶과 몸이 없는 유령에게 베일⏤실감마저 없다면,
그는 자기자신을 무엇과도 분간할 수 없을 것입니다.
태어나기 직전까지 쓰고 있는 양막,
신부의 흰 베일과 장례식에서의 검은 베일,
계절과 계절 사이에 내리는 비.
생의 편집점에는 늘 투명에 가까운 가림막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저 너머와 이전이 아닌 그 사이 자체를 언라이프 unlife라고 부르기로 합니다.
삶의 반대는 죽음이 아닙니다. 죽은 채로도 우리의 곁에 함께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산 채로 죽어버린 사람들도 있습니다.
경계의 이편저편이 아닌 경계선 그 자체⏤언라이프⏤ 여기에서는 삶과 죽음의 통상적 특징들이 역전됩니다.
당신은 이곳에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눈이 마주칩니다.
<제작 과정을 담은 이옥토 작가의 인터뷰>